October 23, 2025

한국 SF 작가 보라 청의 소설 ‘레드 스워드’, 전쟁의 고통과 기억의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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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한 과학 소설은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보라 청의 소설 ‘레드 스워드’는 회상 없이 전투의 혼란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독자를 몰입시킨다.

이 작품에서 protagonist는 이름 없는 우주 제국의 전투에 강제로 끌려든 포로병이다. 외계인과의 전투가 벌어지는 황량한 행성에서의 그녀의 상황은 명확해 보이지만, 설정과 행동, 인물 및 전쟁의 도구에 감도는 깊은 신비함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대부분의 전투 장면은 시각과 청각을 가리는 하얀 안개 속에서 이루어지며, 이러한 요소들이 전투의 고립감을 더욱 강화한다. 전투의 혼란 속에서 시간의 감각이 무너지고, 죽은 이들의 환영이 등장하는 이 과정을 통해 청은 전쟁의 외로움을 드러낸다.

이야기의 절반 지점까지는 주인공이 생존을 목표로 삼고 진행되며, 그녀의 과거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그러나 청의 절제된 이야기 내러티브는 독자를 끌어들인다. 전투 속에서 생존을 위한 일상적인 행동에 집중함으로써 그녀의 투쟁을 즉각적인 것으로 느끼게 된다.

‘레드 스워드’에서 사용되는 무기들은 각각 다른 시대의 것으로, 검과 총기, 그리고 외계인의 절단 광선까지 다양하다. 이 소설은 화려한 기술적 세계관을 통해가 아니라 세심한 구조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한다.

시간과 공간의 희소한 묘사는 이질감을 만들어내지만, 이 작품은 한국의 역사적이고 다층적인 문맥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라 청의 작품은 그동안 한국 내에서 독특한 목소리로 자리잡았다. ‘레드 스워드’는 2019년 한국어로 처음 출간되었으며, 앤토니 헐의 번역으로 영어로 소개된 첫 번째 소설이다.

주인공은 제국을 위해 싸워야 하는 전쟁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이는 한국의 역사적 실존과 연결되어 있으며, 보다 큰 권력에 의해 옥죄인 한국의 상황을 반영한다. 이러한 ‘사이’의 감각은 한국의 역사 인식에서 국가의 분단과 더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소설의 영감은 청의 해설에 따라, 17세기 중반의 신류의 연대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조선은 중국과 북쪽 초원 사이의 불안정한 지배를 받고 있었다. 신류는 청나라를 위해 북부에서 전투를 이끌었던 한국의 명령자다. 그들은 초원 유목민들을 상대할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실제로는 확장하는 러시아의 전초 기지를 무너뜨리게 된다. 북쪽에서의 전투는 비극적이지만 신비한 구조를 띤다.

‘레드 스워드’의 정체불명의 외계인의 군대는 사실 인간의 후손으로, 그들 특유의 백색 외모와 진동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이러한 최소한의 이질감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한다. 블레드릭 제이몬의 논저에서 외계 몸체에 대한 논의는 SF가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하는 것들을 인식하기 위해 새로운 감각 기관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설에서 외계의 세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그 의미는 숨겨져 있다. 주인공은 적진에 침투하여 외계인들의 진동 언어를 엿듣고, 그들의 공동체 의식과 존엄성에 감동받는다. 이는 그가 싸워야 할 제국의 문화와 대비된다.

청은 전통적인 한국 이야기와의 연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역사적 영감을 세심하게 주입하여,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작가는 한국 역사 속 식민지 지배의 상처와 현대 사회의 고통을 한 소설에 담아낸다.

전쟁과 인권, 고통의 과거는 소설에 강렬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악성의 기억 속에서도 인간의 고귀함을 찾으려는 갈망은 읽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국 사회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의 대중적 연대의 경험도 작품에 반영된다.

‘레드 스워드’는 기억의 성역을 부정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은 등장인물과 제국 모두가 클론임을 보여준다. 이들은 기억이 심어진 것 외에 개인적인 과거가 없다. 작품의 후반부는 형식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영어 번역판에서는 그 구분이 누락되었다.

기억이 사라질수록 이들의 정체성 또한 모호해진다. 클론들은 그들의 전투로 뒷받침되지 않는 개인사와 함께 게임의 규칙을 저버리고 되찾을 수 없는 과거에 갇히게 된다.

역사와 기억이 반복되는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그들 사이의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생존을 넘어선 이러한 연대는 더 깊은 차원으로 나아가고, 마침내 서로의 존재가 현실이 된다.

소설은 패권과 역사적 변화를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레드 스워드’는 제국의 지속적인 군사적 개입에 대해 마련된 마른 글자들을 통해 체제의 이면을 드러내며, 결국은 상반된 존재들 간에 존재하는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미지 출처:lareviewofbooks